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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5 18:33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지음/세계사
2007년 6월 2일 서울 국제 도서전에 갔다. 책을 좋아해서 이리 저리 둘러보다보니 박완서 선생님의 사인회가 있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그 남자네 집을 읽고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더욱 좋아하게 되어서인지 그 분을 뵙고 싶었다. 그날 박완서 선생님을 뵙고 친필 사인이 담긴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자식을 잃은 고통 속에서 썼던 일기를 묶어 1989년 성서와 생활에 1년간 연재한 글이었다. 그 슬픔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나타나 있는지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왔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아니지만 내게도 고통의 경험이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 "하나님 왜 내게 이런 일을 하시는거에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완서 선생님 역시 하나 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하나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

'하나님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하죠?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습니다.'
 처음 시작이 그런 절규라면 마지막은 고백은 이렇다. '하나님께 아무리 애걸복걸하여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라도 내 귀가 아집과 독선으로 막혀 있어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글로 맺는다. 그리고 자신을 하나님께 모두 내어드린다.


밑줄 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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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나를 받으소서. 나의 모든 자유와 나의 기억력과 지력과 모든 의지와 내게 있는 것과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소서. 나의 고통까지도. 당신이 내게 이 모든 것을 주셨나이다. 주여,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도로 드리나이다.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니, 온전히 당신 의향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 내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주소서. 이것이 내게 족하나이다. 143

세상만물 중 단 한가지라도 불완전하게 만든 것이 없는 창조주가
어떻게 당신을 닮게 존엄하게 만든 인간의 문제를 불완전하게 내버려두겠는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복잡한 삶의 방정식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은 방정식은 불완전한 거고 반드시 해답이 있을 것이다. 119


신, 당신의 존재의 가장 참을 수 없음은 그 대답 없음이다.
한번도 목소리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을 있는 것처럼 느끼고, 부르고, 매달리게 하는 그 이상하고 음흉한 힘이다.
영원히 순화될 것 같지 않은 원색적인 포악이 거침없이 치밀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의 문제는 나는 무엇일까하는 나의 내면 응시로 귀착되고 만다. 131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 한 말씀만 하시라'고 애걸복걸도 해보았다.
그러나 주님은 끝내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어쩌면 나직하고 그윽하게 뭐라고 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늦게 난 철처럼 슬며시 왔다.
그래, 분명히 뭐라고 그러셨을 거야. 다만 내 귀가 독선과 아집으로 꽉 막혀 못 알아들었을 뿐인 것을.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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