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서 진열되어 있는 책을 둘러보다 “종이시계”를 발견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시계는 어떤 것일까?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어서 궁금증이 일어났다. 책의 뒷면을 보니 “중년 부부의 결혼과 사랑 이야기”라는 짧은 글귀가 눈에 띈다. 결혼과 종이시계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중년 부부인 아이러와 매기는 비슷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 매기는 감정적이고 정이 많아 때로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일을 그르치는 반면, 아이러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결혼 초에는 “우리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조바심을 내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에 들어섰다.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가던 인생의 중반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과 슬픔이 밀려온다. 매기는 꿈꿔왔던 결혼과 현실이 달라 슬퍼하고, 아이러는 무능력한 형제와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희생하며 살아와 외롭기만하다.
아이러와 매기의 만남과 결혼. 자유분방한 아들 제시와 야무진 딸 데이지. 아들의 결혼과 이혼. 손녀 딸 리로이를 바라보는 측은한 마음. 아이러와 매기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을 돌아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하지만 다른 모습을 이해해주며 눈물을 닦아주고, 외로움으로 굽은 등을 따뜻이 안아주는 사람 부부라는 이름의 아이러와 매기이다.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아이러와 매기의 결혼생활에 공감을 하는 이유는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들의 모습이 다름 아닌 우리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갈등. 자녀 양육의 문제.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문득 고개를 쳐드는 외로움. 힘든 순간마다 힘이 되는 따뜻한 위로. 문화적 차이를 막론하고 가족애(愛)의 기본적인 모습은 공통적인 것 같다.
젊은 날의 설레이는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주는 마음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고, 그 자리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성장하고 있다. 함께 했던 젊은 날의 추억이 담겨져 있어 즐거움을 주기도 하며, 필요할 때면 자신의 몸을 잘라 쉼터를 제공해 주는 아낌없는 나무말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경험하며 울고 웃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기억에 남는 글 귀
---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풍성하게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아이러가 그냥 뒤돌아서 나가버릴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매기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를 숙여 두 손으로 감쌌다. 매기는 울음을 멈췄다. “아이러?” 그녀가 말했다. 대답이 없었다. “여보, 왜 그래요?” 그녀는 일어나 몸을 굽혀 그를 껴안았다.
그러고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대답은 그의 등이 하고 있었다. 구부정하고, 따뜻하고, 깡마른 등줄기를 따라 마디마디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 대답을 먼저 느꼈다. 아이러도 매기와 똑같은 이유로, 매기만큼 슬픈 것이다.
그도 외롭고, 피곤하고, 희망이 없고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매기의 어깨 위로 머리를 떨구었다. 그녀는 아이러를 꼭 껴안고, 그의 광대뼈에 얼굴을 문질렀다. 다 잘될 거예요. 괜찮을 거예요. 400페이지
되풀이 되는 쇼라. 계속되는 똑같은 논쟁, 똑같은 비난들. 똑같은 농담, 애정어린 말, 또 결혼을 지키려는 성실성. 위로하는 행동, 따뜻한 말들.이런 것들을 부부가 아니면 그 누가 줄 수 있을까. 그러나 전혀 잊혀지지 않고,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응어리 또한 있으리라. 매기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이러가 기뻐하지 않았던 일, 장모 앞에서 매기가 아이러를 변호하지 못했던 일...229 페이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