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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샐러리맨'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07/14 00:03
몇 년전 비빔툰 만화에 집에서 순수하고 어린아이처럼 아내에게 어리광을 부렸던 남편이 집 문을 나서자마자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늑대의 얼굴로 변하는 것을 그렸었다. 직장생활을 해 보면 그 만화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늑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창 주식이 1900을 넘어가고 활황이라는 보도들 속에 삼성전자 9년만에 대규모 명퇴(매일경제 2007.7.11. 기사보기) 가 1면에 실렸다. 이 신문 기사를 읽자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던 단어들은 40대 남자, 불쌍한 샐러리맨, 씁쓸함, 냉혹한 세계 등이었다. 이번 대규모 감원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 총괄. 그 중에서도 AV 사업부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브랜드 등에 밀려 별 전망이 없는 것 같긴 했다. (일 예로 MP3의 애플. 삼성 직원들 조차 삼성의 T9 대신 Apple의 ipod을 사용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인간이라는 족속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유익을 먼저 추구하는데 勞측이나 使측을 가르기 이전에 모두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측에서는 최대한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편하게 일을 하고 싶어하고, 사측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임금을 주면서 고용한 직원들을 최대한으로 부려먹고 싶어한다. 그런 논리하에서도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적용되어 시장에서 어느 한 쪽이 손해보지 않도록 임금 수준이 결정되어지지만, 고용 관계에 있어서의 힘의 불균형은 사라지지 않아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 문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시말하면 '갑'의 우월성과 '을'의 불쌍함이다.

'을'이 좀 불쌍하긴 하지만 일부 명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척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직장을 그만두면 세상이 끝난건가? 다른 일을 하면되지  왜 고용불안에 시달릴까?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서 더 좋은 회사로 가면 되지' 또는 '주식이나 재테크를 통해 경제력을 보유하면 회사에 다닐 필요 없잖아.'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아마추어가 주식으로 기관 투자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명예퇴직 후 이전 직장보다 upgrade 된 곳으로 옮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명퇴를 하고 지금의 직장보다 더 나은 곳으로 옮겨갈 수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냐마는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실상 30대 후반이나 40대에 마음에 맞는 직장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으며 젊은 청춘을 바쳤던 첫사랑과도 같은 직장에서 내동댕이 쳐졌다는 것은 -물론 말은 명예퇴직이다만- 정신적인 충격이다. 그렇지 않다고 말로는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본인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인 경제적 문제. 하고 싶은 것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져야 하는데 당장 직장에서 명예 퇴직을 당하면 앞 일이 걱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사교육 현실을 비추어 볼 때 한참 일할 나이이며 자식의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는 40대에 퇴직을 할 경우 눈 앞이 깜깜해진다. 정말 뛰어난 인재를 명예 퇴직 시킬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으며,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증식시켜 먹고 살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 만큼이나 노력과 열정을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학원에 다닐 때 '감원'에 대한 article을 읽고 발표를 했었는데, 남겨진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징후는 예상 했던 것 이상으로 컸다. 직장을 구할 때 대기업에 눈을 돌리지 않았던 것은 고용 불안정이라는 기반에 뿌리를 내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내가 당장 해고를 당하지 않아도 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라는 생각에 내가 가진 능력의 70% 정도만 발휘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30%는 미래를 위한 불안이나 다른 것에 신경을 쏟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대학원 동기들 중에는 삼성그룹에 취업한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의 삶을 보았을 때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들이 삼성전자에 다닌다고 은근히 과시를 하였지만 그들의 생각에 동조했던 적은 없었다. 내 눈앞에는 20대 후반 치열하게 빼 먹을 것을 빼 먹고 난뒤 단물이 빠졌다고 30대 후반이나 그 이전에 내동댕이쳐지는 그들의 앞모습이 눈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삼성맨들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눈물이랄까... 그런것이 느껴졌었다.


삼성전자의 냉혹한 명예퇴직은 약육강식의 법칙 중 하나일 뿐이고 그들의 기업문화 역시 당연한 일이고 비난받을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상 최대 증시 활황이라는 화려한 분위기 속에 우울한 이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대기업 샐러리맨의 파리 같은 목숨'과 어짜피 '을'의 입장에서 살수 밖에 없는  샐러리맨들은 명퇴 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수 밖에 없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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