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를 봤다.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인 영어 배우기 열풍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프로그램의 내용 중에는 강남의 영어 유치원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달 수강료가 적게는 90만원에서 200만원에 다다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이에게 영어 유치원과 피아노 등의 기본적인 것만 가르친다면 한 아이에게 백만원 이상의 사교육비가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영어 문제에 한정 짓지 않고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사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는 내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누나의 도움을 빌렸는지 까만색 색지에 중간 중간에 칼로 오려서 창문을 만들었고 카드를 펼치면 클립으로 고정시킨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나왔다. 그 친구의 누나 손재주는 대단했던 것 같다. 카드를 받고 감동을 했지만 이내 어려움이닥쳤다. 내용이 다 영어로 쓰여져 있던 것이었다. 나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누나의 도움을 받아 정성스레 카드를 만들고 영어로 편지를 써서 보냈지만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hi!, Merry christmas 뿐이었다. 다음날 그 친구는 내게 카드 내용을 이해했냐고 묻기에 솔직하게 아버지가 그 뜻을 알려줬다고 이야기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남들보다 늦었지만 별 탈 없이 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을 꼽아 보자면 강남과 분당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강남에 거주하고 있고, 직장은 분당으로 다니고 있는데 퇴근길 분당의 탄천을 지날 때면 종종 6~7살 짜리의 남자 아이들이 소그룹을 이뤄 탄천변에서 인라인스케이트와 축구 강습을 받는 것을 보곤 한다. 뛰어노는 것 까지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한 자녀 밖에 낳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지금은 직장에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지만, 결혼을 해서 집에서 아이들을 전적으로 돌봐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예전부터 주저없이 Home Schooling을 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Home Schooling이라는 대안을 생각한 것도 아니고 자식의 교육에 투자하는 돈이 아까워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니다. 후에 나의 아이가 예술적인 분야보다는 지식적인 부분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기를 바라는 것을 보면 똘똘한 자식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렇다면 왜 나는 Home Schooling을 생각해왔는가?
백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대기 이전에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백만원을 투자하여도 학습에 대한 열의가 없다면 아이에게는 교육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나는 자식에게 할 만큼 다 했다."는 면죄부를 얻는 대가 밖에 되지 않는다. 꼭 돈으로 해결하지 않더라도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가서 현장 학습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피아노나 플릇을 집에서 가르쳐주고, 도서관에 다니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통해 흥미를 유발시켜 스스로 계획을 짜고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을 옮기지 않는 한 내 생활 영역은 강남 또는 분당이 될 것인데 내가 아이를 낳은 후에도 이 곳의 치열한 교육열 속에서 나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지만 요즘 시대에는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라고도 말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식의 수준이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시대라는 그들의 말에 동조는 하지만 사교육만이 아이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것 보다는 아이를 품에 따뜻하게 안아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밑 바탕인 사람 됨됨이를 가르친 후, 부모가 공부하는 모범을 보이는 것을 통해 지식적인 면을 가르쳐 주고 싶다. 생각을 조금 바꾸면 사교육비로 수백만원의 대가를 치르며 홍역을 앓는 것이나 부모가 열심히 노력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지식을 자식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나 방법상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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